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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전 대신 월남국수? 비 오는 날의 소소한 행복

happyseeker 2025. 4. 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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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드니는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유난히 공기가 눅눅했고, 하늘은 잿빛으로 뿌옇게 가려져 있었다. 계절도 슬슬 선선해지려는지, 바람 끝이 조금씩 차가워졌다. 이런 날은 괜히 마음도 느릿해지고, 몸도 따뜻한 무언가를 찾게 된다.

비 오는 날이면 늘 그랬듯, 오늘도 김치전이 생각났다.
달달한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반죽 휘휘 저어 기름에 노릇하게 부쳐내면—바삭한 겉면 사이로 살짝 몽글하게 익은 김치와 밀가루 반죽이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퍼진다. 옆에 막걸리까지 따라주면 금상첨화지만, 그건 또 다음 이야기로 미뤄두자.

하지만 오늘은 김치전 대신, 따끈한 월남국수를 먹었다.
좋은 지인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땀도 식힐 겸, 몸도 데울 겸 들른 월남국수집.
쌀국수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걸 보자마자 괜히 마음이 풀어졌다. 진하게 우러난 소고기 육수는 코끝을 간질이고, 부드러운 면발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몸속 깊이 스며드는 느낌. 라임 한 조각 짜서 국물에 톡 떨어뜨리고, 숙주도 듬뿍 얹어 한 입 가득 떠넣으니 세상이 잠시 고요해졌다.

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창가에 앉아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국물을 마시니 문득 ‘그래, 이런 게 소확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 한편엔 아직도 김치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 바삭한 식감, 김치의 살짝 시큼한 맛, 기름 냄새에 젖은 주방의 풍경까지.
아마도 비 오는 날의 나에겐 김치전이 일종의 ‘기분의 상징’ 같은 건 아닐까.
비와 함께 떠오르는 그리움, 따뜻함, 그리고 조금은 느긋한 여유.

오늘의 선택은 월남국수였지만, 김치전은 다음 비 오는 날을 기약해본다.
그땐 막걸리도 곁들이고,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놓고, 따끈한 전 위로 지글지글 튀는 소리까지 즐겨보리라.

비 오는 날엔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뜨끈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한 그릇이 최고다.
오늘도 잘 먹고, 잘 쉬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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